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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를 처음 제시한 사람 - 러시아 작가 쉬클로프스키
2017년 02월 19일 10시 22분  조회:2438  추천:0  작성자: 죽림



낯설게 하기란 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러시아의 쉬클로프스키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러시아 형식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문학과 다른 학문(즉 사회학, 철학, 심리학, 역사 등) 사이를 구분해주는 특징이 무엇인가 연구하던 중 그 차이는 문학과 다른 학문들이 언어를 다루는 방식에서 찾아야 된다는 것을 발견해내게 된다. 즉 문학을 문학답게 하고 다른 학문 영역과 문학연구 영역을 변별시켜주는 특징을 문학성이라고 할 때 그 문학성은 문학이 사용하는 언어적 특질(말하는 방식)과 관련되며 그것은 바로 낯설게 하기에 의해 특징지어진다고 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흔히 지나치게 형식에만 집착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평유파로부터 형식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말하는 형식이라는 개념을 오해한데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형식이라는 말은 내용이라는 말과 대립쌍으로 사용된다. 그런 개념으로 사용될 때 내용은 알맹이, 형식은 그것을 담는 그릇으로 공간적인 개념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에게 있어서 문학은 내용과 형식으로 이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그들은 문학 텍스트의 내용은 형식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건축물을 생각할 때 건물은 형식이고 그 내 내용은 건축가의 아이디어 내지는 설계라고 할 수 있지만 건축가의 아니디어는 건물의 어느 곳에 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부분 부분에 실현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유기체를 유기체로 만들어주는 생명을 내용이라고 할 때 그 생명은 유기체의 특정 부분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분 부분에 실현되어 분리시킬 수 없는 것이다. 

문학 텍스트의 내용, 형식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내용과 형식은 서로 분리될 수 없고 형식의 새로움은 지금까지 기계적으로 지각되었던 바로 그 내용의 새로움, 내용의 생생한 전달, 즉 핍진성을 목표로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문학적 형식을 통한 지각이 독자들로 하여금 인생과 경험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해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의 관심은 주로 문학적 형식에 있었다. 야콥슨은 문학연구의 대상은 작품이 아니라 문학을 문학답게 만들어주는 특징, 즉 문학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텍스트를 문학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기법, 즉 구성원리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낯설게 하기는 시와 소설 등 각 장르별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그것을 문학으로 만들어주는 장르적 관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에서는 시어와 일상언어의 대립에 의해, 소설에서는 이야기와 플롯 사이의 대립에 의해 그것은 구분된다. 시에서는 일상언어가 갖지 않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리듬, 비유, 역설 등 규칙을 사용하여 일상언어와 다른 결합규칙을 드러내며, 소설에서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플롯을 통해 낯설게 하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것은 형식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자동화된 지각을 방해하고 사물과 세계를 생생하게 지각하도록 만들기 위한 문학적 장치들이다. 

슈클로프스키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언어의 기능 가운데서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일상어에서는 음이 의미의 부산물이지만 예술언어에서는 음이 독립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시에서 음, 리듬, 각운 등의 형식적 요소들은 그 자체의 목적을 가지고 존재하기에 의미가 오히려 형식의 부산물이 된다. 예술 언어란 일상어와 반대로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늦추고 힘들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선 문학이 왜 문학인가를 밝히는 작업의 첫 단계로 일상어와 시어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이론을 펴나가기 시작한다. 시어는 일상어와 달리 의사소통을 늦추고 방해하는 것이어서 그 형식적인 요소가 곧 독립가치를 지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상어와 시어의 구별의 연장이 바로 스토리와 플롯의 구별이다. 일상어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 것이듯 스토리는 작품의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 순서로 차근차근 요약된다. 이에 비하여 플롯은 의사소통을 늦추고 방해하기 위해 재배열되고 교란된 작품의 형식이다. 전자가 무엇이 전달되느냐에 대한 대답이라면 후자는 그것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작가는 무엇에 관해 쓰겠다는 자료를 갖는다. 그리고 이것을 미학적인 구성을 통해 독자 앞에 내놓는다. 독자는 이 표층구조를 경험하고 나름대로 의미를 산출해낸다. 이 세 가지 과정에서 독자가 경험하는 표층구조가 플롯이고 미학성을 좌우하는 형식이다. 다시 말하면 플롯 혹은 형식이란 작가가 의사소통을 늦추고 방해하기 위해 스토리를 일부러 낯설게 재배열한 것이다. 이것이 '낯설게 하기'의 근원이다. 

1914년 슈클로프스키는 '낯설게 하기'의 의미를 이렇게 밝힌다. 

우리는 흔한 것은 경험하지 않는다. 그걸 살피지도 않는다. 그저 받아들여 버린다. 우리는 살고 있는 방의 벽들을 보지 않는다. 친숙한 언어로 쓰인 글에서 오자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 친숙한 언어를 '받아들이지' 말고 읽어보라고 스스로에게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적'인 감지와 '미학적'인 감지를 일반적으로 정의 내린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미학적' 감지란 우리가 형식을 경험하는 감지라고. 반드시 형식만은 아니겠지만 형식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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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소년은 혼잣속으로 소녀가 이사를 간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무어 그리 안타까을 것도 없었다. 그렇건만 소년은 지금 자기가 씹고 있는 대추알의 단맛을 모르고 있었다. 이 날 밤, 소년은 몰래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 밭으로 갔다. 낮에 봐 두었던 나무로 올라갔다. 그리고 봐 두었던 가지를 향해 작대기를 내리쳤다. 호두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가슴이 섬뜩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굵은 호두야 많이 떨어져라, 많이 떨어져라, 저도 모를 힘에 이끌려 마구 작대기를 내려치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열이틀 달이 지우는 그늘만 골라 짚었다. 그늘의 고마움을 처음 느꼈다. 불룩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호두송이를 맨손으로 까다가는 옴이 오르기 쉽다는 말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근동에서 제일가는 이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를 어서 소녀에게 맛보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황순원「소나기」중에서) 


소년의 행동을 따라가며 독자는 그 애의 애틋한 그리움을 읽게된다. '그리움'이라는 혹은 '좋아한다'는 진부하다시피 익숙한 언어를 낯설게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경험케 한 것이다. (권택영, 소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동서문학사, 199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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